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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1 1ㆍ2심 판결문 전면공개할 때 됐다 ◆ 막오른 법조개혁 사법불신 끝내자 / (上) 판결정보 공개 논란◆

쑈오리라마 2014. 10. 23. 09:44

1ㆍ2심 판결문 전면공개할 때 됐다 ◆ 막오른 법조개혁 사법불신 끝내자 / (上) 판결정보 공개 논란◆ 

검찰ㆍ변협 "양형기준 알려면 꼭 필요"…법원 "익명 처리하려면 400억원 들어"   
기사입력 2010.03.21 18:46:15



  
한나라당이 내놓은 사법개혁 방안에 대해 법원 측이 정면 반발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강기갑 의원 판결과 PD수첩 판결이 논란을 일으킨 데 이어 40대 판사의 막말 파문이 불거지면서 촉발된 사법개혁 논의가 고조되고 있는 사법 불신을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인가. 사법개혁의 주요 쟁점을 점검하고 법조계 전체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본다.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 다만 심리는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안녕질서를 방해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할 염려가 있을 때에는 법원의 결정으로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

헌법 109조는 공개재판의 원칙을 담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사건 관계인이 아니라도 재판을 방청할 수 있고 재판의 결과를 지켜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재판의 판결문을 찾아보는 것은 생각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

대법원 판례는 대법원 홈페이지를 통해 사건번호나 사건 당사자 이름을 모르더라도 사건 내용을 입력해 찾아볼 수 있지만 정보가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대법원 판례는 사실관계가 아니라 1심과 2심의 판단이 법리적으로 옳고 그른지만 따지는 법률심이기 때문이다. 법원은 판결의 중요도와 사회적 관심을 감안해 선별적으로 1, 2심 판결문을 공개하고 있지만 전체 판결의 5%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변호사단체뿐 아니라 학계에서도 1심과 2심 판결문 전면 공개 요구가 높다.

법원도 원칙적으로는 동의하지만 사생활 침해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검찰의 경우 법원과의 갈등을 우려해 공식 입장 표명은 하지 않지만 내심 환영하는 분위기다. 과거 유사 사건의 판결문이 공개되면 기소와 양형 기준을 법원 시각에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 입장에서도 승소 여부를 짐작해 볼 수 있기 때문에 고소 남발로 인한 사법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학계에서는 1, 2심의 판결 정보가 공개되면 재판 결과만을 두고 논쟁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판결의 논리에 대해 논쟁이 촉발되기 때문에 법이론 발전에도 기여한다는 장점을 들고 있다.

법원도 몇 가지 부작용만 해결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익단체인 변협에 끌려다니는 듯한 모양새는 싫다는 목소리가 많이 나온다.

법원 관계자는 "변협은 판결문 공개를 원하는 가장 큰 이유가 사건 수임을 보다 편하게 하자는 것이라는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며 "특히 판결문 정보를 일반에 공개할 수 없다면 변호사에게만 제공해 달라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변협은 판결문 공개로 인해 사생활 침해 등의 우려가 발생할 수 있다면 선진국처럼 이미 데이터베이스화돼 있는 판결문을 변호사단체가 맡아서 관리하도록 하자는 요구도 내놓고 있다.

법원이 판결문 전면 공개에 난색을 표하는 최대 명분은 사생활 침해 우려다. 1심과 2심 판결문에는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사건 관련 정보가 많아 단순히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지운다고 해도 사건 관계인을 유추해 내는 것이 어렵지 않다.

법원에서는 판결문을 익명화하는 데에만 소요되는 비용이 4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법학자들은 "실명이 공개되는 것이 공익성이 큰 사안들까지도 익명으로 처리하는 것은 판결문 공개의 취지를 훼손하는 일"이라며 "재판정에서 피고와 원고, 증인의 실명과 주민등록번호, 직업 등 대부분의 개인정보가 공개되는 상황에서 익명 처리를 고집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도 "판결문 개인정보 악용의 규제 수단이 충분하고 실명 공개를 원하지 않는 사람은 법원의 결정으로 선별 익명 처리하면 된다"고 말했다.

■ 주요국 대부분 전면 공개…미성년ㆍ성범죄 판결등은 익명으로


   
판결문을 공개하는 국가의 대다수는 사건 관계인 실명까지 표기한다.

단, 공개됐을 때 개인에게 미치는 파장이 큰 사건은 예외적으로 비공개 처리한다. 미국은 실명 표기를 원칙으로 하고 몇 가지 예외적인 경우만 익명 또는 가명으로 처리한다.

예를 들어 피임이나 낙태, 동성애 사건 등의 경우다. 또 비공개로 진행되는 소년 사건도 실명이 표기되지 않는다.

일본은 가사 사건이나 명예훼손 관련 사건, 미성년자 관련 사건은 비공개로 하고 성범죄 피해자 등은 익명으로 처리한다. 익명 처리 여부는 사건 담당자에게 재량을 부여한다. 프랑스도 선별적으로 비실명 공개한다. 명예훼손 사건이나 신분관계 소송, 낙태 관련 소송, 의료 소송, 징계나 해고 관련 등 사회적으로 민감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사건의 경우다.

반면 독일은 사건의 종류와 관계없이 사건 관계인의 실명을 표기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널리 알려진 사건에만 당사자 실명을 표기한다.

대법원 관계자는 "판결문을 공개하기 전 개인정보를 어디까지 공개해야 할지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야 공개 이후 소모적인 논쟁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최광